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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한중윤리교육학술대회 환영사
작성자 : 김주성(kim2417@gmail.com)  작성일 : 24.09.29   조회수 : 30
환영사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2024.09.21.

한국과 중국의 훌륭한 윤리교육학자들이 “미래사회의 윤리와 도덕교육”이란 주제로 학술토론을 벌이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마도 이런 중요한 주제로 학술토론을 하기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보다 더 나은 곳은 없을 것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46년 전에 세워질 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설립된 학술연구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에 많은 지성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란 이름으로 설립했습니다. ‘정신문화’의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설립취지는 오늘 열리는 학술대회의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 중화학공업이 성공적으로 발전되어 중진국의 문턱을 막 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설립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5.16정변을 일으켰을 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명목가격으로 94달러였는데, 당시 필리핀의 1/3일 정도였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처지였습니다. 박대통령의 재임시기에 세계 최고속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결과 1978년에는 1인당 GDP가 1406달러로 치솟아 17년 만에 명목가치로 15배나 상승했습니다. 일제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허겁지겁 살아왔던 한국인들은 이제 한숨 돌리고 물질적인 안락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어느 사회나 갑자기 물질적으로 넉넉해지면, 그동안 억눌렸던 욕망들이 마구 솟구쳐서 매섭던 사회규범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당시 한국의 지성인들은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새로운 사회규범을 확립하고자 정신문화를 연구하고 드높이는 길을 모색했습니다. 이러한 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풀어내야할 현대 한국과 중국 지성인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올 중국의 1인당 GDP는 13,000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의 1인당 GDP는 34,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중국은 탄탄한 중진국으로, 한국은 해맑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제 물질적인 가치가 생활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선진의 서구세계에서는 소수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병리현상으로 치부되었던 숨겨진 욕망에 까지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인간의 욕망이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욕망의 무정부주의가 미래사회의 모습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양식 가운데 가장 초보적인 것으로 "vita voluptatis(향락적인 삶)"을 꼽고, 그보다 향상된 삶의 양식으로 “vita activa(행동적인 삶)”와 “vita contemplativa(관조적인 삶)”을 꼽고 있습니다. 그는 삶의 양식을 이념형으로 제시했는데, 현대적인 삶의 현장에서 이념형의 양식들이 반드시 배타적일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어느 하나의 이념형으로 치중된 삶의 형태가 있겠지만, 다원적인 현대사회의 현장에서 대부분의 삶은 여러 이념형이 혼합된 양식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물질적인 궁핍을 벗어난 현대적인 삶의 현장에서 바람직한 삶의 형태는 아마도 삶의 3가지 양식에서 요체를 이루는 욕망과 행동과 사유가 조화롭게 균형잡힌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삶의 현장이 다원적인 만큼 현대인들은 갖가지 삶의 국면에서 자신이 바라는 길을 선택하고, 그런 선택으로 구성된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대인이나 중세인들이 갖추기 어려웠던 도덕능력 또는 도덕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대나 중세에서 도덕덕목은 개인들의 선택능력의 범주에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념적으로는 자연적인 또는 초자연적인 명령의 범주에 들어있었고, 실질적으로는 국가사회적인 명령의 범주에 들어있었습니다.

현대의 윤리교육이나 도덕교육은 자연적 또는 초자연적 명령이나 국가사회적인 명령의 범주에서 수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개인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를 자극하고, 자신의 삶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더욱이 미래사회에서는 현재 상상할 수도 없는 욕망의 충족수단들이 발명될 것이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통제수단들도 함께 발명될 것입니다. 한 쪽에서는 욕망의 지배로부터 다른 쪽에서는 권력의 지배로부터 개인의 자유공간을 확보하고, 그러한 자유공간을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도덕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현대 윤리교육과 도덕교육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디지털시대 또는 AI 시대에는 삶의 가치와 관련하여 ‘데이터와 개인정보의 보호문제, 편향된 알고리즘의 문제, 자율성과 책임의 문제 등이 윤리적 선택의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윤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교육현장에서 ’스스로 살아볼만한 삶의 지고한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심어주고 확장하는 교육적 노력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학술대회에서 “삶의 가치”가 꽃피는 “미래사회”를 만들고자 한국과 중국의 유능한 학자들이 모였습니다. 미래사회의 윤리교육과 도덕교육을 고민하는 학술토론회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뜻깊은 학술교류의 자리를 마련하신 한국윤리학회, 경기도교육청, 서울특별시교육청 및 본원의 관계자들에게 치하를 드립니다. 谢谢大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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