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최덕근 영사 추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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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주성(kim2417@gmail.com) 작성일 : 24.09.29 조회수 : 38 | |
2024. 9. 27.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김주성 최덕근 영사 순국 28돌 추념 학회를 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국가안보의 상징적인 인물을 기리는 까닭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대한민국의 존속은 젊은이들의 애국심에 달려있습니다. 그들이 안보위기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국가가 어떻게 살아남겠습니까? 그런데 걱정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과연 충분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제가 20년 전에 학생들에게 햇볕정책과 북핵문제로 시국강연을 할 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전쟁이 나면 곧바로 전장에 뛰어나가겠는가?” 남학생들 가운데 대답을 피하던 축이 35%, 망설이던 축이 40%였습니다. 전장에 나가겠다던 학생은 25%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런 애국심으로 나라가 지켜지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동서대학교의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더욱 충격적인 얘기를 합니다. 그는 여러 자료를 인용하면서, 목숨을 걸고 국가를 지키려는 한국의 젊은이는 10%가 채 되지도 않을 것이랍니다. 이 정도면 3류 국가의 수준입니다. 우리가 어찌해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요? 아마도 가장 큰 탓은 대한민국이 국가의 책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70 여 년 동안 대한민국은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유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군포로조차 거의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회담을 했으면서도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발전했던 고대 그레코-로망 세계에서는 전선에서 전투사상자를 회수하지 못하면, 전투을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전투의지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도, 전투가 끝나면 전사자를 회수하느라 쌍방이 소규모 전투를 다시 벌이곤 하였습니다. 전우의 시체를 버리고 떠나면 살아남은 병사들의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BC406년에 아르기누사이 해전에서 일어난 일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레코-로망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최대의 해전을 벌이고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장군들이 파도에 떠다니던 전투사상자들을 거두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테네의 민회에서는 즉시 장군들을 소환하여 사형시켰습니다. 때마침 폭풍이 불어서 사상자 구출작전을 펴지 못한 것이었는데, 분노한 민중은 위대한 8명의 장군들 가운데 6명을 처형했습니다. 이런 실수로 아테네는 다음 해에 스파르타에 대패하고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아테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된 일이지만,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전투사상자는 어떤 경우에도 최우선적으로 구해내야 한다는 국가의 책무입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군유해나 국군포로들은 최우선적으로 회수해야할 국가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몹시도 위험한 애국심의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깊이 반성하고 고치지 않으면, 나라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이 나서서 최덕근 영사와 ‘이름 없는 별 18위’를 기리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못한 만큼, 시민사회에서라도 최선을 다해보려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찌되겠습니까? 최근의 소식에 따르면, 다행히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에서 최 영사의 암살범 3인 모두를 확인하였답니다. 언젠가 최 영사의 원한을 갚아줄 날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자그마한 발걸음이 정상국가를 만들고 애국사회를 만드는 데 주춧돌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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